본문 바로가기
호주 데이터 분석가/무조건 성공하는 영어면접

[ 무조건 성공하는 영어면접 #12] 떨어져서 다행이다.

by 미니티스틱 2024. 9. 2.

안녕하세요. 호주에서 시니어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실무자이자, 두 번의 이직 경험,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면접관으로 들어가 본 경험으로 영어면접 팁을 11편의 이야기로 공유해보았어요.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[무조건 성공하는 영어면접] 시리즈를 마칠텐데, 그 전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쓰게 되었어요.

 

영어면접, 많이 떨리시죠?

살짝의 긴장감은 어떻게보면 정신도 또렷하게 하고, 번뜩이는 생각으로 임기응변에 능해질 수 있으니 면접 시 필요하긴 하겠지만, 이들이 나를 [판단]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. 면접은 회사가 여러분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, 여러분이 회사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.

 

여러 곳에서 면접을 보고, 이직을 통해 알게 된 점은, 어떤 질문을 하는 회사인가, 역시 지원자에게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. 물론 100군데 지원하여 1군데라도 되었으면 하는 지원지의 간절한 입장도 있지만, 면접 때 나에게 잘 맞는 회사인지 알아보는 것도, 회사를 합격하는 것만큼 중요해요.

 

일전에 일했던 곳 중 하나는 직원 개개인이 얼마나 똑똑한지 증명해야겠다는 분위기였어요. 우린 Organisation Chart 같은 건 없는 쿨한 곳이라고 선전하는 곳이었지만, 실제로는 호주 지사를 맡은 사장의 왕국이었죠. 처음에 적응하고 업무를 전달받는데, 인수해줘야 할 사람은 이미 그만둬서 없었고, 당장 우리가 데이터로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습니다.

 

상사는 팀원을 다른 팀원 뒤에서 깎아내리거나, 일요일 저녁에 개인 핸드폰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가 하면, 제가 해낸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발표를 넘기면서 공을 그쪽으로 넘기는 걸 당연히 여겼어요. 성취나 성과에 대한 인정보다는, 너는 이 부분이 부족하니 다른 일을 하도록 해, 라는 식의 업무 지시를 합니다. 

 

더 이상 이곳에서는 미래가 없겠다는 걸 직감한 후에는 이직을 결심하였어요.

 

사실 이 회사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면접관으로 들어간 적이 있어요. 그런데 이곳에서 사람을 뽑는 방식이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. 소위 '부리기 쉬운 사람'을 뽑는다는 느낌이었달까요. 

 

그리고 알았어요. 내가 애초에 이 회사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'잘나서'가 아니라, '부족해 보여서' 였을 수 있겠구나. 똑 부러지게 회사나 업무, 지원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나 미래에 대해 질문을 하는 지원자는 일단 거르는 걸 보았어요. 클라이언트 베이스의 컨설팅 회사이다 보니, 그럴싸한 숫자 놀이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맞추어주고, 그들이 듣고 싶은 아웃풋 같은 것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했습니다. 어떻게 보면 회사 문화와 지원자가 얼마나 맞느냐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에요.

 

면접은 지원자도 회사를 탐색하는 시간이다

 

 

지원자도 면접에서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, 이곳의 문화가 나와 맞는 곳인지 꼭 알아보아야 해요. 그렇지 않으면 냅다 들어갔다가 마음고생만 많이 할 수도 있으니까요.

 

상사와 함께 면접에 들어가 누구는 Yes 누구는 No를 하는데, 누군가가 붙든, 그 사람이 이 회사에 오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.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 경력을 쌓기 위해서,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간절함도 보이고, 진실함도 보이는데, 이 회사가 과연 이 친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. 하고 말이에요.

 

이 회사는 "당신이 생각하는 5년 후 미래를 말해주세요"라는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. 이 질문을 하지 않는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, 적어도 이 회사는 당신이 지금, 내가 주는 돈의 값어치를 할 사람인가 아닌가의 시점으로만 지원자를 바라보았습니다.

 

어떤 질문을 하는 회사인지, 지원자에게는 중요합니다. 물론 그 질문만으로 어떤 회사인지 100% 알 수 있고, 거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, 면접은 분명 회사에게도 긴장해야 할 시간이에요. 그 회사의 이미지가 면접에서 나타날 수 있거든요.

 

제가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 합격했던 지원자는, 제가 나오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1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.

 

이런 경우를 본다면, 어떤 회사는 합격하지 않는 편이 내게는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어요. 괜히 들어갔다가 마음고생만 진탕 하고, 회사 다니면서 하는 이직 준비가 더 어려울 수 있거든요. 

 

그러니까 여러분. 떨어졌다고 낙심할 필요 없어요. 일할 날들은 앞으로도 길게 남아 있고, 내게 맞는 회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찾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요.

 

Slowly, but Surely.

 

 

제가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에요. 천천히, 하지만 확실하게.

 

원체 좀 느린 편이어서 그런지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당위성을 주는 문장에 저절로 마음이 끌리나 봅니다.

 

서두르지 마세요. 길은 어디로든 나게 되어 있어요. 마음에 여유를 두고 살아도,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. 친구들이 다 취직했다고 나도 지금 당장 취직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. 저도 서른에 취직했어요.

 

여러분에게는, 여러분만의 길이 있어요. 생김새만큼, 우리가 걸어가는 길도 제각각의 모습이겠죠.

그러니 여러분, 조급해하지 마세요.

 

다 잘될거에요.

 

반응형

댓글